서른한살

서른한살

불쏘시개 12 7,713
31살...

조금 지난 저녁무렵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문득 까마득한 옛날...추억이 하나 떠올랐다

내가 열아홉적에 친구랑 밥을 먹다가
갑자기 숟가락을 놓으며 울먹였었다.

나 스무살 되기 싫어...
나의 십대가 가는게 너무 싫어......

친구가 말했다.
난 이십대가 되는게 너무너무 좋아...



나는 그때 내 인생에 30대가 오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다.
스무살을 몇 해 넘기고 난 다시 말했다.

서른이 되면 무슨 재미로 살까?
난 내 생에 30은 안올것 같아.

하지만 나의 거부와 무지에도
당당하게 서른은 날 찾아왔고
이젠 끔찍하게만 여겨지던 서른을
한해 더 지나있다.
올 겨울에 내릴 눈은 나를 서른 둘의
언덕으로 데려다 놓을 것이다

한해 한해 나이를 더해 먹으면서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속상함과 억울함을 같은 동년배들끼리
토해내기만 했지 정작 서른이 가져다 주는
여유와 안정은 생각을 못했던것 같다.

인생의 절반정도를 지나는 서른의
봉우리에서 내려다 보니 나의 십대는
너무도 철부지였고 이십대 역시 뭘 모르고 설치는...
그래서 온통 실수 투성이였던 망아지가 뛰어다닌
채소밭이었다.

이제...서른을 넘어서야 그 밭의
망가진 무우며 당근이며 배추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볏짚 몇가닥으로
보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내가 서른을 무서워 했던 것일까..?
그렇게 망쳐놓은 스무살의 채소밭때문에?
하지만 이젠 그 밭의 작물들을
다시 가꾸는 서른한살을 지나고 있다.

무우나 배추만 심어야 하는 줄 알았던 그 밭에
한켠엔 힘들때 쉴 수 있는 원두막도 지어놓고,
또 한켠엔 돌탑도 쌓아놓고,
다른 한켠엔 정성과 사랑을 다해 가꾸어 주어야 할
꽃 한송이도 심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인생은 볼것, 보아야 할 것,
보고싶은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서른...그리고 한살 더 먹은
서른한살이 가져다 주는 깨닫음인것 같다.

작은 줄로만 알았던 그 밭은...
실로 엄청나게 커다란 바다만 같다.
이 밭을 난 마흔이 되고 쉰이 넘고 그 보다 먼 어느날까지
열심히 가꾸고 사랑하고 보듬어 주어야겠지 하고 생각 해 본다

지금도 나는 내게 마흔은 너무 멀고 먼
그래서 내가 그곳을 스쳐지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높다란 산으로만 생각이 된다.

하지만 마흔은 어김없이 어느날 내 인생에
들이 닥칠 것이며 그때도 난 서른을 회고하고 있을 것이다 

Comments

스피넬리아
꼭 지난후에 다시 돌이켜생각해보면 내가 많이 어렸다는걸 느끼게 되잖아요..^-^
머 지금도 어리지만요..^-^;;;
그래서 미래도 중요하지만!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되는거겠죠?^-^
일단 내일은 좀 쉬고..-ㅅ-;; 
지혜☆
저도 곧... 30줄...이 다가와서 그런지... 느껴지는게 많네여...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런건지....
살면서 느낀거지만... 철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뿌듯할때도 있지만 서글플때도 있음..
누군가에겐 영원히 철부지가 되고싶은 거겠져?^^ 
상큼발랄깜찍
걸이삼춘;; 이제 60이 오나?? 흐흐흐 
거리
그래봤자
성년식을 거치면 다 어른인거야.
부모곁을 떠나 살다보면
자기가 해야할 몫이 커지면서 오는
갈등을 풀어내는거지

참이란 오랜 세월을 두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다른일이 찾아오는게 아니라
어릴적 소박한 꿈을
얼마나 키워났느냐로 인한 갈등때문에
우리의 이상이 작아졌다거나
변질된 것처럼 말이야

아마 뜻모를 정체성없는 내글
헤아리다 보면
40올거야..., 
비주얼트리+미키+
35? 
★쑤바™★
아아......열아홉이라고 우기고 다니는 내가..
오늘 처음으로 부끄럽다.

내 나이를...지금의 내 모습을...사랑해야지...^^ 
하루
채소밭의 망아지..-ㅂ -a.. 
상큼발랄깜찍
서른,,,, 후후~ 곧 다가올;; 그러나 난 두렵진 않아
서른의 매력을 또 난 즐길꺼야~ 히히

아~ 그전에 시집갈수 있을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주얼트리+미키+
늙은이가 대통령하는 것이 다른 이유가 아니랑께 
아침이오면
단순히 글재주가 좋으신게 아니라.. 마음이 담긴 글같아.. 리플 남깁니다. 
헤라
나 20살땐 한살많은 선배를 보며 21살이 되면 무슨재미로 살까...하는 생각까지 들었엇는데...참으로 바보같고 어리석었지...
나이 어린 누군가도 31살이 되어 철없는 날 보며 그렇게 생각하고 잇을지두,,
문득 삶이 서글퍼질땐..그냥 울지요~
젊은시절 다시올 수 없어 가끔 그립긴 하지만,,
지금 현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는 시간이 더 흘러봐야 알까...?
지금 가지고 잇기에 소중함을 모르는것처럼...
내 옆에 잇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잊으면 안돼는데..
서른즈음에 란 노래를 첨 들었을때 공감하지 못햇던 서글픔과 씁쓸함...
신기하게도 30이 되고나니 그렇게 딱 서른의 맘을 표현한 노래도 없엇을것이라는..
서른...서른....나쁘지 않아....

그나저나 노래 좋음.. 
공허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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